Travels/20220625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여행 - 5. International Smoke, 셰프 패밀리 테이스팅 코스

루스티 2022. 8. 4. 23:06

저녁을 먹기 위해 세일즈포스 옆 건물에 있는 International Smoke라는 바베큐 레스토랑으로 왔다. 차를 댈 수가 없어서 주차장을 찾아 한참을 빙빙 돌았는데 결국 못 찾았다. 알고보니 주말에는 그냥 길바닥에 대도 된다고 한다. 심지어 돈도 안 내도 되는 날이었다.

메뉴. 여러가지 단품 메뉴들이 있는데, Fuego menu 라고 해서 Chef's family tasting course라는 코스 메뉴를 주문했다. 이걸 주문하면 단품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서 이것으로 결정했다. 아뮤즈, 애피타이저 격인 스몰 플레이트, 스모킨 립, 시그니처 앙트레, 디저트 순으로 제공된다. 메뉴는 홈페이지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목을 축이기 위해 음료를 주문해 본다. 운전을 해야 하니 술을 못 마셔서, 칵테일 중에 라즈베리 필즈라는 논 알콜 칵테일을 주문했다. 라즈베리, 레몬, 민트와 스파클링 냉침차로 만든 달달한 칵테일인데 살짝 산미가 있어서 고기들과 잘 어울렸다.

먼저 아뮤즈로 나온건 타이 코코넛커리와 카레 콘브레드. 콘브레드가 구수한 옥수수향이 나서 포근함을 준다. 갓 구웠는지 촉촉함이 남아있고 살짝 짭조름한데 텁텁하지 않아서 좋았다. 타이 코코넛커리는 커리를 마실 수 있도록 컵에 제공되는데, 인도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닌, 그 푸팟퐁커리의 그 커리의 질감과 향과 맛이 나서 좋았다. 어뮤즈 하나로 따뜻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은 첫 번째 스몰 플레이트로 트러플 시저 샐러드. 상당히 짭쪼름한 편인데, 원래 짜게 먹는 편인데도 짰다. 하지만 시저 샐러드를 원체 좋아하니 그걸 또 다 먹는다.

다음 스몰 플레이트는 크리스피 임페리얼 비프 롤이라고 하는데, 짜조같은 튀긴 롤을 오이, 당근, 고수와 함께 어린 상춧잎에 싸 먹는 요리였다. 짜조를 상춧잎에 싸 먹는 경험을 여기에서 할 줄은 몰랐는데, 예상할 수 있는 맛이었다.

다음은 북경돼지 삼겹살과 바오 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차슈바오였다. 이건 맛보다 퍼포먼스가 돋보인 요리였는데, 연기를 유리병에 가득 채워서 가져온 뒤에 테이블 앞에서 열어서 연기를 흩뿌리는 퍼포먼스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생각해보니 가게 이름답게 요리들이 'International'하다.

다음은 시그니처 립 트리오. 원래 코스 메뉴에 나오는 건 아메리칸 바베큐 립인데, 인당 8달러를 내면 멕시칸 치폴레, 코리안 고추장과 아메리칸 바베큐를 하나씩 맛볼 수 있다. 아메리칸 바베큐는 오리지널한 바베큐의 맛이었고, 치폴레는 살짝 매콤한, 멕시칸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 났다. 코리안 고추장이 제일 재미있었는데, 분명히 립을 뜯고 있는데 소스 덕에 고추장황태구이같은 맛이 나서, 분명히 이건 먹어본 맛인데 대체 어디서 먹어본 맛인지 생각해내느라 꽤 고민을 했다. 깨닫고 나서도 머리가 적응하기 좀 힘들어했지만, 어쨌든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맛있었다.

순서대로 오리지널, 치폴레, 코리안 고추장 순. 쌈장으로 해도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립의 사이드메뉴로는 치코리 슬로(코울슬로같이)가 나왔는데, 치코리가 느끼한 맛을 잡아주게 하려는 설계였겠지만 너무 써서 그다지 즐기지 못했다. 8월인 지금은 수박과 오이를 곁들여주는데,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다음으로는 시그니처 앙트레가 세 종류 서빙된다. 먼저 'SINALOAN'스타일 Mary's 치킨인데, 메리스 치킨이 뭘까 하고 찾아보니 캘리포니아에 있는,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목장이었다. 결국 시날로아 치킨인데, 감귤류과 칠리 소스에 절인 다음 직화로 구워낸 멕시코의 스트리트푸드라고 한다. 직화로 구워내서 그런지 겉바속촉한, '크리스피 앤 텐더'한 닭요리였는데 상당히 복합적인 맛이 났다. 멕시칸 요리답게 고수가 나오는데, 고수와도 잘 어울렸다.

다음은 고추장 목탄구이 연어 요리였는데, 고추장더덕구이립에 이은 고추장더덕구이연어를 먹는 느낌이어서 재미있었다. 재미있었다고 해서 맛이 없었다는건 아니고, 맛있고 신기한 요리였는데, 이것도 치킨과 마찬가지로 크리스피한 부분이 맛있었다.

마지막 앙트레는 볶음밥. 시그니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아?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고슬고슬하게 자포니카로(중요) 볶아진 향이 좋은 볶음밥이었다.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았지만 치킨과 연어가 살짝 짰는데, 밥이 있어서 그 둘을 밥반찬처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디저트인 브라우니로 마무리. 크런치와 카라멜 소스, 초콜릿 소스와 크림이 어우러진 좋은 마무리였다. 초콜릿이 굉장히 농후해서 의외로 입안을 잘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꽉 차있던 식당도 마감시간이 되어 여유로워졌다. 지금은 매장 앞이 공사중이라 막혀있는데, 가림막이 치워지면 좀 더 좋은 뷰를 보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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