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바로 AirTrain이라고 하는 셔틀트레인을 타고 렌트카 센터로 이동한다.
AirTrain은 공항 내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 트레인으로 장기주차장과 렌터카 센터, 샌프란시스코 지하철인 BART역과 국제선 터미널 A, G와 국내선 터미널 1, 2, 3을 이어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렌터카 업체들은 렌터카 센터에 모여 있는데, AirTrain을 타면 렌터카 센터로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의 렌터카회사는 이 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며,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 카운터로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승강장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 업체들이 있는 걸 봤을 때 굉장히 자본주의적 편의지향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아무튼, 정말 미국다운 곳이었다.
렌터카 센터는 공항 카운터같은 느낌으로 긴 카운터가 있고 거기에 렌터카 업체들이 줄줄이 있는데, 우리 렌터카 매장은 가장 왼쪽에 있었다. 오늘은 Thrifty라는 업체에서 렌터카를 빌렸는데, 와서 보니 dollar 렌터카와 같은 업체라고 같은 줄에 세우는데 렌터카 업체 중에는 가장 줄이 길었다. 역시 좀 저렴하다 보니 사람이 몰리는 듯. You get what you pay for 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짝이다.
한 30분정도 대기해서 카운터에 갔는데, 렌트비가 250불에 보험료가 거의 150불쯤 나온듯. 여러 단계 중 제일 많이 커버되는 걸로 하긴 했지만, 좀 더 따져보고 한 단계정도는 낮춰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expedia가 그렇게 하라고 추천하던 일일 10달러짜리 보험으로 퉁치던가 했으면 좀 나았을지도? 아니면 다음부터는 맘편하게 AVIS나 Hertz같은 대기업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할까 해서 들고갔는데, 실물 면허증만으로 처리되어서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게 국제운전면허증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될 듯 하다. 얼마전에 적성검사를 한 지라 뒷면이 영어로 되어 있는 새 면허증이었는데, 이런건 본 적이 없다며 정말 쿨하다고 뒤에 있던 직원에게 보여주면서 좋아해서 기다리던 지루함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도난이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긴 했지만, 정말 많은지 차량 도난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에 붙어있었다. 중요한 건 작던 크던 차에 두고 내리지 말고, 꼭 소지해야 한다고 붙어있고, 차를 빌릴때도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여행 중에 도난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샌프란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창문이 없이 달리는 차도 꽤 보이고, 길거리에 자동차 창문이 깨진 유리의 흔적도 몇 번 보긴 했으니 조심하긴 해야 할 듯.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높은 등급 보험을 들게 하기 위한 상술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상술이 아닐까 싶다.
차는 공항에서 빌려서 시내에서 반납하는 조건으로 중형 SUV (Midsize)를 빌려서 포드 이스케이프를 받았다. 이스케이프면 compact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따지기도 애매하고 그 줄을 또 서서 이야기하는것도 귀찮아서 그냥 타고 왔다. 1.5 가솔린 3기통 엔진이 달려 있다. 전장 4,585mm에 너비 1,882mm로 투싼(NX4)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차에 ADAS는 달려 있는데, 낮은 트림이라 그런지 간단한 차로이탈 방지만 달려있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앞차와의 간격조절) 등은 빠져있었다. 차선이탈 방지도 차선 유지가 아니라 거의 빠져나가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 정도.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달려있었지만 한국에서 거의 모든 운전 편의기능이 달린 전기차를 타다가 가솔린 차량을 타니 가속도 아쉽고 운전보조도 아쉽고 피로도는 빠르게 늘어난다.
운전하면서 가장 신경쓰였던 점은 왼쪽 사이드미러가 평면거울이었던 점인데, 한국차들은 보통 볼록거울이 달려있어 시야각이 넓은 반면 미국은 법규로 1:1 거울만을 달아야 하고, 때문에 숄더체크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운전하면서 숄더체크를 하는 습관이 되어있긴 하지만, 사이드미러가 평면이라서 시야각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다. 차에 애정이 많은 테슬라 오너들도 한국에서 이 사이드미러는 대부분 교체한다고 하니 나만 느끼는 불편함은 아닌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호텔에 체크인한 뒤 아울렛을 가기 위해 1시간정도를 달려, 아울렛 바로 옆에 있는 Five Guys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파이브가이즈는 창립자가 4명의 아들 (지금은 5명)과 함께 창업해서 Five Guys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고기와 감자 모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매장에 냉동고를 두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버거의 토핑이 무료인데다가 종류도 많아서 25000가지의 버거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한국에 상륙한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데, 조만간 한국에서도 먹어볼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메뉴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인플레의 압력으로 인한 가격 인상의 흔적이다. 아마 원래는 한 자리였을 가격인데, 치즈버거나 베이컨 버거, 베이컨 치즈버거를 보면 1 옆에 0과 1을 그려넣어서 10달러, 11달러로 만들어놓은 것이 보인다.
핫도그나 샌드위치도 팔고있기는 하지만 역시 파이브가이즈의 시그니쳐는 버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햄버거에 치즈와 베이컨을 조합하는 것으로 4종류가 만들어지며, 리틀 햄버거도 마찬가지로 4종류가 만들어진다. 또 케토식 & 글루텐 제한식을 위해 Bunless 옵션을 제공한다. 그후 15가지의 토핑을 조합할 수 있는데, 인기있는 ALL THE WAY 옵션은 마요네즈, 양상추, 피클, 토마토, 구운 버섯과 양파, 케첩과 머스터드를 넣은 하우스 스타일로 제공된다. 치즈와 베이컨, 토핑과 소스들을 조합하면 거의 2^18=262,144가지의 경우의 수로 버거를 조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소스를 제외하더라도 10가지의 옵션이 있어서 꽤 다양하게 버거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 이 토핑들에 전부 칼로리가 써있는게 참 대단한 점이 아닐까 싶다.
버거 이외에 주목할만한 건 밀크쉐이크인데, 쉐이크 또한 버거처럼 기본 가격이 있고 MIX-IN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오레오를 골랐는데, 여러가지를 선택할 수도 있는 느낌이라 피넛버터와 딸기와 베이컨을 넣은 괴상한 조합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버거와 오레오 밀크쉐이크, 그리고 리틀 사이즈 감자튀김. 파이브가이즈는 특유의 감자튀김으로 유명한데, 연중 2달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이다호 주의 위도 42도 이상 지역에서 생산되는 버뱅크 감자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 감자를 미리 잘라 냉동시켜 튀기는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감자를 잘라 튀기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한 감자튀김을 맛볼 수 있다. 감자튀김을 튀기는 데는 땅콩기름을 사용하는데, 땅콩기름의 고소한 맛이 들어가 굉장히 맛있어진다.
땅콩기름 감자튀김의 양도 대단한데, 사진에 있는 감자튀김은 겨우 리틀 사이즈를 주문한 것이지만 컵에 다 차고 넘쳐서 종이봉투에 담아야 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창업주 말로는 '고객들이 감자가 많다며 불평하지 않으면 감자가 모자란 것이다'라며 감자를 많이 준다고. 양도 많은데다가 땅콩기름으로 튀겼기 때문에 리틀 사이즈 주제에 칼로리가 530kCal이나 되는 감자튀김이다.
버거는 종이가 아닌 특유의 알루미늄 호일에 싸여 나오는데, 종이보다 모양이 덜 흐트러지게 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패티는 척롤(목심)과 등심을 80/20으로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티 두께가 두껍지는 않은 편이지만 냉장유통된 고기라 그런지 육즙은 정말 줄줄 흐른다. All the way를 선택해서 상추와 토마토, 피클, 구운 버섯과 양파에 마요네즈, 케찹, 머스타드가 같이 제공된다.
다음에 가면 그냥 햄버거에 A-1 스테이크 소스를 넣어서 만들어먹어보지 않을까.
매장 내부는 평범한 미국 느낌. 코스트코를 가면 받는 이미지와 비슷하다.
여기서 경험했던 것 중에 일부는 한국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자의 품종도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고, 감자의 양도 한국에서는 이만큼 주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또 무료 토핑같은 경우도 한국 야채 가격을 생각했을 때 쉽게 제공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한화 계열의 갤러리아에 있는 고메이494에 입점한다고 하니 프리미엄 버거를 표방해서 가격을 애초에 비싸게 부르면 될 지도 모르겠지만, 고든 램지 버거도 3만원 쯤 받는다는 걸 생각했을 때 그것보다 더 받기는 또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어떤 가격대로 출시될 지 상당히 궁금하다.
점심을 먹고 아울렛으로.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름과는 달리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정도 떨어진 리버모어에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몇 군데 아울렛이 더 있긴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여기가 가장 갈만하다고 한다. 대중교통으로도 올 수 있는데, BART 블루라인을 타고 더블린/플레전턴(Dublin/Pleasanton)역으로 와서 우버나 버스를 타고 20분정도 더 오면 찾을 수 있다. BART의 경우 만약 한두정거장정도 연장된다면 BART만으로도 올 수 있을 것 같이 가까운 거리까지 뻗어 있다. 우버를 타면 $100정도 나오는데, 여러명이 탄다면 조금 낫겠지만 우버를 타고 오기에는 조금 아까운 금액이다.
라스베가스에서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갔었는데, 비록 그 때는 사진을 거의 못 찍었지만 라스베가스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다. 한국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이 신세계와 사이먼프로퍼티그룹의 합작사인 신세계사이먼에서 운영하는데, 그 사이먼프로퍼티그룹이 운영하는 아울렛으로 구성도 한국 신세계아울렛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건물 모습도 그렇고, 스토어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찌와 프라다 매장이 있어서 줄서서 들어가 봤는데, 아울렛이라고 해서 가격이 많이 저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저번에도 그랬지만 크게 저렴한 걸 못 느꼈는데, 캐리어를 하나 살까 하고 샘소나이트에 가봤는데 이것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고, 나이키는 또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었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방문했던 다음 주가 독립기념일이었는데, 보통 미국 상점들이 독립기념일 세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때를 노렸으면 더 좋은 가격을 많이 봤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금문교로. 원래 일몰이 너무 이뻐서 빨리 금문교에 가서 일몰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올 때부터 흐려지더니 금문교에 왔을 때는 완전히 안개에 휩싸여서 가까운 타워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비행기에서도 금문교가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이 근처가 특히 구름이 많이 끼는 지형인 듯 한데,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날씨가 좋더라도 금문교 위에는 구름이 낀 경우가 많았다.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Hotel Abri라는 호텔인데, 나름 깔끔한 방을 가지고 있다. 킹사이즈 베드가 있고, 사진엔 안 보이지만 창문형 에어컨 겸 히터가 달려있었다.
화장실. 수건걸이가 변기 위에 있어서 수건을 꺼낼때마다 조금 불안한 구조다. 세면대 물은 조금 약하다고 느꼈지만 샤워기는 그래도 괜찮았다. 세로로 긴 형태의 화장실이라 조금 신기한 느낌이다.
첫날 밤에 화장실 불을 켜고 곯아떨어졌더니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 불이 나가 있었는데, 프론트에 전화했더니 고치는 분이 와서 친절하게 바꾸어 주셨다.
샤워부스는 유리도어로 마무리되어 있고, 쓰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메니티는 Essentiel elements의 것으로, 엄청 좋지는 않았지만 쓸만했던 정도의 물건이었다.
체크인할 때 와인 한 병과 물, 과자를 줘서 조금 신기했는데, 방에 기본적으로 있는 물은 마시면 과금되는 구조라서 굉장한 상도에 무릎을 치고 말았다. 결국 근처에서 물을 한 박스씩 사 와서 내내 먹었다.
상당히 힘들게 근처에 주차를 하고 호텔에 9시가 넘어 들어온 탓에 저녁먹을 시간을 놓쳤더니 식당을 찾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많은 식당들이 구글 지도에 써있는것과는 달리 마감했거나 라스트오더가 끝난 상황이었고, 길거리를 노숙자가 점거하고 있어서 횡단보도를 건너 빙 돌아가는 등의 고초를 겪고 나서 결국 구글맵에서 나름 평점이 좋았던 식당이었던 근처의 The bite라는 지중해식 식당을 찾아가서 포장해와서 먹었는데, 사진은 남기지 못했으나 지중해식인지는 잘 모르겠던 양고기 랩을 먹었다. 맛은 괜찮았으나 가는 길이 험난했어서 여행 중에 재방문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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