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20220813 W.Europe

서유럽 여행 - 7. 더 리츠 런던의 애프터눈 티

루스티 2023. 3. 5. 00:01

애프터눈 티의 본고장에 왔으니 애프터눈 티를 먹어주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하여 예약한 더 리츠의 애프터눈 티.
더 리츠 런던은 세자르 리츠가 더 리츠 파리를 완공하고 8년 후인 1906년 오픈한 호텔로, 런던 상류 사회와 럭셔리의 상징이 되어 온 곳이고, 그 중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위한 장소인 팜 코트는 에드워드 7세, 윈스턴 처칠, 주디 갈랜드, 에블린 워, 엘리자베스 여왕 등이 자주 방문했던 곳이어서, 1차 세계대전 이후 차를 위한 장소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리츠 하면 한때 신논현역 근처에 있다가 르메르디앙 호텔로 바뀌고 폐업한 리츠 칼튼을 떠올리기 쉬운데, 리츠 칼튼 체인은 미국에서 리츠의 상표권을 사서 만들어진 회사에 기원하기 때문에 관계는 없다.

리츠 호텔의 창립자인 세자르 리츠는 한국에서는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은 손님은 틀리는 법이 없다(le client n'a jamais tort) 고 말한 것에서부터 슬로건들의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 말이다. 하지만 이 리츠 호텔 런던은 런던 왕실에서도 자주 방문하기도 했고, 유럽의 왕가에서 런던을 방문할 때 자주 사용되었으며 전쟁 중에는 영국 왕실의 피난처로도 사용되었던 호텔이라서 딱히 틀리진 않을 법 하다.

이처럼 역사적인 팜 코트를 가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는 팜 코트가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지하의 클럽 룸에서 애프터눈 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클럽 룸도 굉장히 화려해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에 나쁘지 않았다. 앞쪽 무대에서는 하프가 연주되고 있는데, 라이브 하프 연주를 들으며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건 상당히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앉고 보니 여성 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남성은 무조건 풀 정장과 구두의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하지만, 여성은 딱히 제한 없이 입어도 되는 탓이 아니었을까. 물론 자유라고 하더라도 청바지나 운동복, 운동화 등은 금지다. 재킷이나 타이는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안 맞으면 상당히 곤란하니 가져오는 편이 좋다. 이걸 위해서 한국에서부터 정장을 들고 왔는데, 짐은 무거웠으나 아깝지 않았다.

차와 간식이 나오는 트레디셔널 애프터눈 티와 샴페인이 제공되는 메뉴가 있다. 우리는 인당 £67의 트레디셔널 애프터눈 티로 주문했고 여기에 서비스 차지가 붙어서 £150.75가 나왔다.

이렇게 차와 삼단 트레이가 세팅되는데, 가장 아래쪽 단은 갓 구운 스콘을 바로 제공하기 위해 비워져 있는 상태로 제공된다.
티는 다즐링-Darjeeling Second Flush-과 브랙퍼스트-The Ritz Royal English-로 주문했다. 나는 다즐링을 좋아해서 다즐링을 주문했지만, 이렇게 음식들과 먹기에는 브랙퍼스트 티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차 종류를 바꾸거나 리필하는 것은 무료라서 중간에 바꾸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티의 경우는 우유를 추가해서 이렇게 밀크티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아래에 있는 것은 6종류의 샌드위치인데, 이걸로도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이 되는 것 같다.
샌드위치 안에 들어간 재료는 치즈, 햄, 오이, 닭가슴살, 연어 그리고 다른 샌드위치와 다르게 브리오슈 롤에 에그마요를 넣은 샌드위치가 나오는데, 재료들이 단순하지만 하나하나가 맛있었다. 양이 많으면 재료의 구성이 나빠지는 게 보통인데, 양이 꽤 되는데도 맛을 포기하지 않은 느낌. 역시 명사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심지어 샌드위치는 다 먹고 나면 추가적으로 가져다 준다. 하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거의 즐기지 못했다.

먼저 샌드위치를 먹다보면 스콘을 이렇게 가져다 주고, 삼단 트레이가 완성된다. 스콘의 정석인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같이 가져다 준다.

스콘은 플레인 스콘과 건포도가 들어간 스콘이 나오는데, 스콘 자체로 아주 맛있는 건 아니지만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함께 즐기면 궁합이 상당히 좋다.

마지막으로 즐기게 된 디저트들. 크리스피한 슈에 부드러운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있던 슈크림과 라즈베리 무스 케이크, 망고 무스 케이크가 나왔다.

먹다보면 트레이에 초콜릿 케이크와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싣고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경우에 더 받을 수 있다.
초콜릿 케이크는 마치 브라우니처럼 달고 꾸덕했고, 레몬 파운드케이크는 살짝 상큼함이 강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리츠에서의 경험은 굉장히 좋았는데, 호텔리어들이 친절했고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채워주는,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환대를 애프터눈 티와 같이 경험한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 런던에 온다면 꼭 다시 올 듯 하다. 그때는 팜 코트에서의 애프터눈 티를 경험해보고싶기도 하고.

소품 하나하나가 귀엽고 아름다웠던 리츠. 끝날 시간이 되면 하프 연주가 멈추고 슬슬 계산을 하고 나오게 된다.

정문에서 신사모를 쓴 호텔리어의 접객까지 구경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