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짐을 맡기고 돗토리 역으로 돌아왔다.
오늘 기차는 여기서 끝내고 돗토리를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돗토리 역 한켠에 돗토리 투어리스트 센터가 있는데, 여기에서 2000엔 택시를 신청할 수 있다.
인당 2000엔을 내면 3시간동안 택시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으며, 추천 루트를 돌아다녀도 되고 개인적으로 정해서 돌아다녀도 된다. 3시간이 넘어가면 미터기 요금을 내면 된다고.
처음 JR패스 여행을 할 때만 해도 택시 한 대당 1000엔이었는데, 지금은 인당 2000엔으로 올랐다. 그래도 일본에서 타는 택시요금 치고는 정말 저렴한 편에 속한다.
추천 코스를 살짝 바꿔서 살짝 빠듯하게 칸논인, 하쿠토 신사, 우라도메 해안을 거쳐 돗토리 사구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니 기사분이 투어리스트 안내소까지 픽업을 하러 와 주신다. 역 앞의 택시가 상당히 많지만 모든 택시 회사가 이 서비스에 가맹된 건 아니라 제휴된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서 불러 주는 방식이다.
오늘 탈 차량은 토부택시의 닛산 NV200 바넷. 7인승 모델까지 나오는 차지만 왜건형이라 전장이 4.6미터에 못 미쳐서 그런지 소형택시로 되어 있는게 흥미롭다.
먼저 도착한 곳은 돗토리 시내에 있는 사찰인 칸논인(観音院). 1650년경에 지어진 교토풍의 정원을 가진,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500엔. 원래 550엔이라고 하는데 무언가의 특전으로 할인되어 500엔으로 입장했다.
입장하고 나서 먼저 정원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로 안내받았다. 다른 손님은 한 명도 없어서 살짝 한기가 감돌았지만 우리가 들어가니 난로에 불을 넣어 주신다. 분에 넘치게 대접받는 느낌.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고, 족자도 몇 개 걸려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전통 찻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진한 맛챠와 다과를 내어 주신다. 사실 입장료와 다과대는 별도인 줄 알았는데 입장료만 내면 차를 내어 주시는 것이라 괜히 득을 본 기분이다.
진하고 쌉싸름한 맛챠와 돗토리 특산품인 이십세기 배를 이용해 만든 배맛 젤리. 젤리를 사 오려고 했는데 까먹었다.
차를 마시고 정원을 거닐어 본다.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명원이라고 하는데, 봄꽃이 핀다면 더 예쁘겠지만 아직 꽃이 피어오르기엔 이른 시기라 녹음을 음미하며 자연을 만끽했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이 마치 산을 정원으로 쓰는 느낌을 준다. 마치 긴카쿠지(銀閣寺, 은각사)에서 느꼈던 것과 살짝 유사한 느낌이다.
눈이 좀 더 쌓인 모습을 기대했는데 기대한 정도로 눈이 많지는 않았다.
뒤로 돌아 잠시 머물렀던 다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아마도 본당.
본당에는 화려한 장식과 함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입구 정원에서 쌓인 눈과 함께 살짝 존재감을 드러내는 화목들을 보며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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