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저녁을 먹으려 왔다.
미슐랭 1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인 Ristorante All'Oro 오후 7시 예약이었는데, 예약 전까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가 7시가 되자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140유로의 디너 코스로 예약한 디너 코스, 화려한 10종류의 아뮤즈 부쉬로 시작.
플레이팅이 재미있었는데, 과카몰리를 살짝 올린 타코는 디아 데 무에르토스(멕시코의 망자의 날 기념일)에 쓸법한 해골 모양의 플레이트에, 나머지도 미니 후라이팬, 강판 등 조리 본연의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던가 치아, 의자 등을 사용해 플레이팅한게 재미있었다.
핑거 푸드의 맛으로는 치킨의 감칠맛을 한껏 끌어올린 치킨볼이 기억에 남는다. 바질향 강한 치즈크림과 바질향이 폭발하는 롤 쿠키, 파마산과 트러플이 들어간 치즈 등도 맛있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식전빵. 정이십면체 프레임에 쌓은 그리시니와 정육면체 프레임에 얹어진 바게트.
첫 번째 코스는 티라미수 코드. 이탈리아가 아무리 티라미수를 좋아하더라도 어떻게 디저트를 첫 메뉴로?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입 먹어보면 이것은 다진 대구살 위에 감자 퓨레를 올린 크리미한 스타트였다.
정말 이게 같은 대구야?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구살이 맛있었다.
두 번째 요리는 까르보나라.
계란껍질 안에 까르보나라에서 파스타만 뺀 요리를 숟가락으로 먹게 되는데, 포크로 먹는 파스타를 면 없이 숟가락으로만 맛보는 행위가 굉장히 비일상적인 경험이었다.
세 번째 요리는 라구 소스의 라비올리. 쉐프님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라비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가득 올려진 트러플이 입안에서 폭발하면서 굉장히 호사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다음 메뉴는 레몬제스트와 사프란이 들어간 카펠레티를 사용한 파스타. 반죽 안에 속이 들어간 메뉴들이 연속으로 나온다.
속에는 고기와 야채로 뽑아낸 레몬향의 육수가 들어있어서 크림의 무거움을 입안에서 헹구어 준다.
앞의 파스타가 치즈와 고기로 묵직한 맛이었다면 이번엔 사프란과 레몬을 사용한 상큼한 파스타로 입을 한번 리프레시해주는 역할을 했다.
페레로 로쉐처럼 만든 메인메뉴. 겉면을 버섯과 견과류로 감싸 바삭하게 만들고, 안에는 다진 소고기를 넣었다.
디저트로 넘어가기 전의 리프레셔로 레몬 커드와 쿠키라 들어있는 비닐채로 먹는 프리 디저트.
찢어서 먹는걸까 하고 다시 물어보기도 했지만 한입에 먹는 게 맞다고 해서 입에 넣은 순간 입에서 비닐이 녹았다.
머랭으로 위를 덮고 커스타드 크림과 티라미수 생지를 넣은 티라미수.
첫 번째 플레이트로 나온 티라미수는 정말 티라미수같더니, 진짜 티라미수는 케이크같이 생겨서 또다른 비일상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생긴것과 달리 인생 최고의 티라미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단면컷. 특별해보이지 않는 반구 안에 티라미수의 정수가 들어있다.
마지막으로는 쁘띠 푸르. 디저트로 코코넛 크림이 든 코코넛과, 커피로 만든 브라우니, 젤리와 초콜릿.
처음의 아뮤즈 부쉬와 비슷한 수준의 수준높은 플레이팅이다.
돌아가는 미니 회전목마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했다.
테베레 강을 건너 호텔로 돌아가는 길.
10시쯤 되었는데 굉장히 어둡지만 야경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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