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20220813 W.Europe

서유럽 여행 - 24. 바티칸 피나코테카(회화관), 피냐의 안뜰

루스티 2023. 9. 7. 01:44

로마에서의 2일차 아침은 바티칸 투어로 시작한다. 호텔에서 급하게 나와서 택시를 잡아타고 투어에 합류해 바티칸 성벽을 따라서 걸어간다. 성벽 안쪽은 바티칸 시국이고, 바깥은 이탈리아라는게 재미있다.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한 더데이 트래블의 바티칸 반일 투어로 김솔지 가이드님의 안내로 진행했는데, 바티칸 박물관 공인 가이드로 설명도 잘 해주셨고 친절하셔서 즐겁게 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보통 여행을 할 때 투어 프로그램을 잘 하진 않는데, 유럽 여행하면서는 바티칸과 파리에서 한 번씩 투어를 진행했다. 특히 바티칸같은 경우는 사전 지식에 따라서 보이는 시야가 크게 달라지는데,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일히 찾아보기 어렵다면 이런 투어를 진행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제 지나가면서 봤던 입구처럼 보이는 거대한 문. 이 문은 사실 바티칸 미술관의 입구가 아니라 출구였다.

왼쪽에 문이 나 있는데 이쪽이 박물관 입장 줄이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줄이 매우 길지만, 투어를 통하면 패스트트랙권을 이용할 수 있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입장권에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따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려져 있다.

처음 들어가면 피오-클레멘타인 박물관으로 향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부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 계단이다. 1932년에 구세페 모모의 설계로 건설된 이 계단은 두 개의 브라만테 계단 중 하나로 1505년에 베드로 대성당을 설계한 도나토 브라만테의 설계로 만들어진 원본 계단과 같이 이중 나선 구조로 되어 있으며, 박물관의 출구로 연결되어 있어서 박물관의 전체 코스를 돌아본 뒤에 이 계단을 통해 박물관을 떠나게 된다. 비록 우리는 이 계단으로 나가지 않고 시스티나 성당에서 베드로 대성당으로 연결되는 길을 통해 나가느라 아래에서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뷰가 또 대단하다고 한다. 물론 위에서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계단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며, 원본 계단은 현재는 비공개 상태로 일반인이 들어가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입장해서 잠시 휴식하면서 가이드분이 무전기를 가져오시는 걸 기다렸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어서 만약 가이드 없이 가더라도 돌아보기는 가능할 것 같다. 시스티나 성당은 개별 관람이기에 그에 대한 설명도 잠시 해준다.

그리고 잠깐의 자유시간동안 피나코테카의 안뜰(Cortile della Pinacoteca) 근처를 돌아보았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로마의 모습. 로마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뷰가 아름다웠다. 로마에는 베드로 대성당을 기준으로 한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데, 로마의 중앙 지역에서는 어떤 건물도 성 베드로 대성당 의 쿠폴라 높이인 136m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레고리우스 이교도 박물관(Museo gregoriano profano) 입구에 있던 흉상들. 시간상 이 박물관은 가보지 못했다.

베드로 대성당의 쿠폴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다는 피나코테카의 안뜰. 여기서 그룹별로 가이드님이 사진 한 장씩 찍어 주시고, 피나코테카로 입장했다.

피나코테카의 안뜰에서 보이는 사문의 아트리움(Atrio dei quattro cancelli)은 네 방면으로 문이 뚫려있는 아트리움인데, 예전엔 박물관의 입구였으나, 확장하면서 내부 건물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피나코테카로 들어가는 길. 피나코테카에는 18개의 전시실이 있고, 시간 순으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미술과 예술이 시대를 지나며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이드 투어는 모든 작품을 보지는 않고,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들 위주로 골라서 본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남겨 보았다.

멜로초 다 포를리(Melozzo da Forli) 의 음악의 천사들. 이 작품들은 원래 아포스톨리 대성당(Basilica dei Santi Apostoli)의 프레스코화였으나, 1711년 보수공사를 위해 철거되어 조각조각 나뉘어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역시 멜로초 다 포를리의 작품인 플라티나를 바티칸 도서관장으로 임명하는 식스토 4세(Sixtus IV) 라는 그림. 이 장면은 무릎을 꿇고 있는 바르톨로메오 플라티나(Bartolomeo Platina) 가 212대 교황인 식스토 4세 앞에 서 있는 그림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조카들로, 교회의 용병대장과 총사령관, 그리고 나중에 율리오 2세가 되는 추기경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라고 한다.

8전시실에 들어가면 눈이 개안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중 하나인 라파엘로(Raffaello)의 작품 세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어두운 전시실을 배경으로 라파엘로의 그림 세 점에 조명이 집중되어 빛과 어두움을 잘 다루었던 라파엘로의 그림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오른쪽 작품은 라파엘로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성모 대관, 그리고 왼쪽 작품은 폴리뇨의 성모이며, 가운데 작품은 그의 마지막 그림인 그리스도의 변모(The Transfiguration) 이다. 이전 세대의 작품과는 확실히 원근법을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그림들로, 라파엘로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었던 방이었다.

같은 방에 있던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프레스코화를 모사해 금실, 은실 비단으로 짠 500여 년 역사의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1517~1519년 사이 플랑드르 지역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에는 다 빈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해 18개월간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공개된 작품이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한 라파엘로의 죽음 이후로 화려했던 르네상스 시대는 끝나고 빛과 어두움을 깊게 연구한 바로크 시대가 시작된다. 바로크 시대를 연 작가로 불리우는 카라바조의 작품 중 그리스도의 매장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강렬한 빛과 어두움과 대비,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이 드러난 바로크 시대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 옆에 있던 귀도 레니의 사도 베드로의 십자가형. 역시 바로크 시대의 작품으로 강렬한 대비가 돋보인다. 카라바조도 베드로의 십자가형을 모토로 그린 작품이 있는데, 그는 이 그림을 본 후에 귀도 레니가 한 번만 더 자기 그림을 따라하면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회화관을 나오는 길에 있던 라오콘 군상. 트로이의 신관이었던 라오콘이 트로이 목마에 대해 경고하자 그와 그의 두 아들이 포세이돈으로부터 저주를 받은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한다. 진품은 조각관에 있고 이것은 모조품인데 이날은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조각관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의 굽은 팔은 본체와 따로 나중에 발견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팔이 쭉 뻗어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미켈란젤로만이 팔이 굽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나중에 찾아낸 팔이 실제로 굽어져 있었기 때문에 미켈란젤로의 천재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회화관에서 나와서 피냐의 정원으로 향했다. 피냐는 이탈리아어로 솔방울인데, 가운데에 있는 4m 높이의 큰 솔방울 때문에 솔방울 정원이라고 불리운다.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지구본을 보면서 잠시 쉬었다가 다음 코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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