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녹초가 되어 방으로 돌아왔다.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돌아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녁도 안 먹고 자버렸을지도.
재정비를 하고 밥을 먹으러 역 근처의 무라카미수산(村上水産)으로.
아이패드를 이용한 최신식 주문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종업원을 부르지 않아도 주문이 되는 데다가 관광객으로서는 역시 메뉴와 사진을 같이 보여주는 방식이 편하다.
종이 메뉴판도 있는데, 메뉴판을 그대로 스캔한 게 아이패드에도 있어서 글자를 누르면 해당 메뉴로 연결되어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뭔가 오버엔지니어링의 느낌도.
먼저 돗토리 지방의 사케를 주문해 본다. 1907년 창업했다는 즈이센(瑞泉)의 준마이슈로 상당히 부드러운 맛이었다.
함께 나온 오토오시는 무와 조개로 만든 절임. 강한 바다향과 술이 잘 어울린다.
그다음으로 주문해 본 카니미소. 게살도 조금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게 코스 요리를 먹을까 하다가 너무 비싼 것 같아 포기했는데, 이런식으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게 코스요리와 비슷한 가격수준으로 먹었지만.
다음으로는 사시미 모리아와세. 1650엔에 싱싱한 횟감들이 이 정도로 나오면 꽤 좋은 가격이다. 한치, 연어, 새우, 문어, 고등어, 참치, 방어 등등을 이 가격에 이렇게 먹기는 정말 쉽지 않다.
카키후라이. 정말 신선한 굴을 썼는지 비린내 하나 없이 고소한 크림같은 맛이었다. 여자친구도 이런건 처음 먹어본다고 감탄했던 맛.
이런 가게를 가지고 있는 돗토리 현민들은 감사하면서 살 일이다.
점원분께 추천받아 마신 세이스이료쿠잔(清水緑山)의 토쿠베츠준마이. 좀 더 진한 술이었지만 여전히 부드럽게 넘어간다.
튀김의 연속으로 이번에는 명란 튀김. 명란을 시소잎으로 감싸 튀겨낸 물건이었는데 술안주로 참 좋았다. 명란이 살짝 매워서 밸런스가 잘 맞았던 느낌.
해산물 일변도에서 살짝 벗어나서 이번에는 야키토리. 세세리(목살), 스나즈리(모래주머니), 네기마이다. 역시 나는 네기마가 취향인 입맛인듯.
술이 모자라서 우메슈 소다와리를 한 잔 청하고
오늘의 카마야끼. 제철생선의 아가미 바로 아래쪽 부위를 구워낸 것인데, 소금에 파묻어 구워낸 소금구이라 지방이 빠져 상당히 짭짤하고 담백했다.
마무리로 먹은 연어 오챠즈케. 이미 배가 불렀지만 김과 시소, 연어의 조합으로 후루룩 마셔버렸다.
정산도 예의 메뉴판인 아이패드에서 가능. 사실 이정도면 카니 코스요리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긴 했는데 단품으로 충분히 잘 먹은 것 같아 아쉽지는 않았다.
커피를 마시러 간 스나바 커피. 하지만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닫혀 있어서 충격이었다. 하쿠토 휴게소에서 마실걸 하는 후회감이 남았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중 돗토리에 마지막까지 스타벅스가 없었는데, 그 대신 이 스나바 커피가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돗토리에는 스타바 대신 스나바 커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커피를 못 마시고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원래 오늘 빨래를 할 생각이었기에 코인세탁기를 돌리고 나왔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스나바 대신 스타바로. 역 앞에 있는 곳인데 11시까지 하는 곳이라 여유로웠다.
모던한 스타벅스 인테리어. 47개 도도부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생긴 스타벅스다.
초콜릿 with 밀크티 프라푸치노(チョコレート with ミルクティー フラペチーノ)와, 화이트초콜릿 with 라떼(ホワイト チョコレート with ラテ).
밀크티 프라푸치노가 정말 맛있었다. 발렌타인 한정 음료로 출시된 음료라 한두번 더 열심히 마셨는데 인기가 많았는지 정식 음료로 추가되어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
MD를 쭉 봤는데 마지막 도도부현 오픈 기념 돗토리 굿즈가 있을까 해서 봤더니 그런건 없어서 아쉬웠다.
매장 처음 오픈했을 때 팔았는데 엄청나게 줄 서서 사갔다는 기사를 읽고 과연 스타벅스 인기는 일본에서도 좋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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