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 여행 - 5. 센모 본선의 카와유온센 족욕탕, 비 내리는 쿠시로

시레토코샤리역. 오호츠크해를 따라 달리던 센모 본선은 여기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륙을 달린다.

시레토코샤리까지는 사람이 그나마 있었지만, 내륙 구간은 승객이 거의 없다.

내륙으로 들어오니 노선 환경이 훨씬 열악하다. 근처에 도로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야생을 지나가는 구간도 많고, 곡선도 많다. 센모 본선은 수송밀도가 하루 356명뿐이라 JR홋카이도 혼자서는 유지가 어려운 노선으로 분류되어 있고, 2026년도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바다를 따라가는 동안은 바다의 경치가 좋았는데 아칸마슈 국립공원 구간은 의외로 재미가 없다.

도망치는 사슴의 모습. 동물이 튀어나올 때마다 기적을 울리는데, 찢어질듯한 고음이라 귀가 아프다.

카와유온센역. 역 안에 족욕탕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차 안에 승객은 나 혼자 뿐인데다 정차시간이 약 12분정도 있어 운전사에게 이야기하고 족욕탕에 와 보았다. 원래 화장실이던 건물이었는데, 역 앞에 새 화장실이 생기면서 족욕탕으로 바꾸어 사용 중이라고 한다.

나무로 만들어둔 족탕. 탄산수소나트륨과 소금기가 들어 있어 미인탕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이런 곳이라면 한 시간도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역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열차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서 족욕을 즐겨 보았다. 이렇게 길게 정차하는 열차는 몇 없는데, 앞 열차를 놓친 덕에 족욕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다.

족욕탕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한국어로도 되어 있었다. 다만 온천의 온도가 70도가 아니고 원천의 온도가 70도인듯. 일본어로는 원천이라고 되어 있는데,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 온천이 70도였으면 사람이 수비드로 익을 것이다.

짧게 족욕을 마치고 역 밖으로도 나와보았다. 무인역이라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이름은 카와유온센이지만 온천가는 여기에서 4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어서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다.

녹이 슬어가는 역명판.

반대편 열차와 교행을 하고 다시 출발한다.

습원을 만날 수 있는 토로역에 어서오세요

하지만 밤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쿠시로 습원 노롯코호가 왕복하는 곳이 여기까지인데, 통나무집 디자인의 역사도 노롯코호의 종착역인 고로 1998년에 고쳐 지은 것이라고 한다. 1989년부터 운행해 온 노롯코호는 차량 노후화로 인해 2026년 10월의 라스트런을 끝으로 운행을 종료한다. 밤이 되어버린 탓에 습원은 전혀 보지 못했다.

완전히 밤이 되어버린 데다 비까지 와서 밖은 거의 안 보이는 채로 쿠시로 강을 건넌다.

쿠시로역에 도착. 센모 본선의 종점은 한 정거장 전의 히가시쿠시로지만, 모든 열차는 쿠시로역까지 운행한다.

비가 세게 오지는 않아서 다행인데, 그래도 부슬비가 내린다. 키하54형은 다시 타고 싶지 않은데, 디젤 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섞여서 세 시간 반 내내 고통스러웠다.

센모 본선 시레토코샤리에서 쿠시로까지의 경로.

오늘의 호텔, 호텔 루트인 쿠시로 에키마에. 원래는 아바시리에서 네무로까지 가려고 했는데, 3시 10분 열차가 네무로까지 갈 수 있는 막차였기에 아바시리에서 기존 호텔을 취소하고 새로 잡은 곳이다. 덕분에 내일 일정도 모두 꼬였다만.

쿠시로역의 모습. 우산도 없어서 일단 비를 맞으며 가 본다.

일단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급하게 잡은 방이지만 루트인 정도면 훌륭한 호텔이다.

©ホテルルートイン釧路駅前

루트인은 대부분 대욕장이 있어 좋다. 호텔 사진을 가져왔는데 늦게 가니 혼자 뿐이라 굉장히 좋았다.

©ホテルルートイン釧路駅前

대욕장에는 타비비토노유(旅人の湯)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천연 온천은 아니고 인공 온천이다. 쿠시로 시내에는 이렇다 할 온천지가 없다.

방에서 본 쿠시로역.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으려고 나왔는데, 비가 오니 멀리 가고싶진 않아서 호텔 옆의 로바타야키 사카이라는 곳에 들어가 보았다. 쿠시로는 해산물을 화로에 구워 내는 지금의 로바타야키가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오토오시로 나온 생선 조림.

카운터를 따라 숯불 화로가 놓여 있었다. 고등어 구이와 잔기를 시켜 생맥주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옆의 아저씨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예전에 한국인 노리테츠-철도 오타쿠- 넷이 와서 여기서 잔뜩 취할 때까지 마시고 애국가까지 부르고 갔다고 하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뜬금없이 칠갑산 노래를 알고 있다며 좋아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 네무로에 간다고 했더니 쿠시로에서 네무로 가는 길이 태풍이 오면 열차는 안 다니는데 버스는 다니니, 만약 열차로 갔다가 잘못되면 버스로 탈출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신다.

잔기. 간장 양념에 재웠다 튀긴 홋카이도식 닭튀김인데 이것도 쿠시로가 원조라고 한다.

홋카이도에서 가볼만한 곳도 추천을 받았는데, 왓카나이쪽에 있는 토요토미 온천이 아주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왓카나이쪽의 리시리 섬과 북동쪽 끝의 라우스쵸도 추천을 받았는데 언젠가는 가볼 생각이다. 재미있는 밤이었다.

호텔 로비에 도토루 커피가 무료 제공되고 있었다. 밤에 별로 안 좋긴 하지만, 몸을 데우기 위해 커피를 한잔 받아 방으로 올라가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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