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을 먹고 역을 가로질러 서쪽 출구로 다시 나왔다.

에치고유자와 서쪽 출구 앞에 있는 하타고 이센 료칸에서 오늘 숙소인 류곤의 송영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서 이 차량을 타고 류곤으로 간다. 에치고유자와는 와이드 패스를 사면 한번씩은 오는 곳이지만 여기에서 숙박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는 길에도 설국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유자와역에서 차로 30분, 행정구역으로는 미나미우오누마(南魚沼)시의 무이카마치(六日町) 온천 일대에 위치해서 차로 꽤 가야 한다. 사실 역 자체도 JR 무이카마치역이 가깝지만 송영 버스는 신칸센이 다니는 에치고유자와역까지 온다. JR패스 범위가 유자와역까지이기에 고마운 일이다.

숙소에 도착했다. 류곤은 1969년 니가타현 곳곳에 흩어져 있던 200년 된 고민가와 무사 가옥을 이축해 개업한 료칸으로, 이름은 인근의 류곤지(龍言寺)에서 따왔다. 50년 운영 끝에 2019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후 'ryugon'이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입구부터 이미 고택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2019년에 기존 건축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되었다는데, 고택을 보존하기 위한 classic동과 현대적 시설감이 들어간 villa 동으로 나누어 옛 건축과 새로운 건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재구성했다고 한다.

이 Classic동은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이고, 새로 리노베이션된 호텔은 2023년 굿디자인상을 받았다.

눈은 그쳤지만 눈이 녹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들이 마치 비오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래된 목조의 느낌이 고민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체크인하면서 기다렸던 라운지에 있던 가스로 타오르고 있던 난로. 옛 느낌을 주면서도 깔끔하게 타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숙박객용 라운지에는 이로리를 본뜬 좌식 공간도 있는데, 저녁에는 여기에도 작은 화로가 놓이는 듯 타고남은 재들이 가운데에 남아 있었다.

짚으로 만든 우의인 미노, 설피인 칸지키 등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 사용하던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어서 이 지역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라운지 창 밖으로 눈을 치워둔 것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빌라 스위트로 통하는 통로와 라운지.

빌라동으로 통하는 길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서 살짝 춥기도 했지만 눈 쌓인 바깥을 눈도 밟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 낭만적이었다. 우리 방은 빌라 스위트였기에 이 통로를 자주 지나다녔다.

메인 다이닝으로 이어지는 길. 석식과 조식은 여기에서 제공된다.

5시부터 7시 반까지 체크인을 했던 숙박객용 라운지에 식전주로 사케와 우메슈가 준비된다.

홈페이지에는 지자케가 준비된다고 했는데, 그 지자케가 무려 핫카이산이었다.

밥을 먹으러 가야 하지만 안 마실 수는 없으니 핫카이산과 우메슈를 조금씩 가져와서 준비된 다과와 즐겼다. 우메슈는 희석되지 않은 원주라서 살짝 물이나 탄산수를 타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고, 그에 비해 핫카이산은 가볍게 물처럼 넘어가는 수준의 청량감이 있었다.

체크인했을 때는 사람이 많아 찍지 못했던 라운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물을 마시며 즐겼던 라운지 의자.

창 밖의 풍경. 눈이 쌓여있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료칸 뒤로는 이렇게 산비탈이 형성되어 있어서 프라이버시도 보장되고 조용한 느낌이 난다.

방으로 가는 길. 본관인 클래식동과 별관인 빌라동 사이에는 이렇게 연못과 개울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경치가 좋아서 넘어갈 때마다 한 번씩 서서 사진을 찍게 되는 장소였다.

고요한 가운데 시선을 사로잡는 등롱이 한번씩 서서 경치를 감상하게 만든다. 방까지 한 번에 넣으려니 너무 길어져서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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