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는 좀더 쨍한 카메라 사진으로. 사실 낮에는 카메라나 아이폰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긴 하다.
마지막 날의 점심은 미슐랭 별 사냥으로, 페닌슐라 파리의 미슐랭 2스타 루아조 블랑(L'Oiseau Blanc)에 들러보기로 했다. 2022년에 미슐랭 2스타를 획득한 후 미쉐린 가이드 2026 기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결국 올라가보지는 못한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에서 구경만 열심히 하고 간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꺾어져 클레베르가로 들어왔다. 여전히 뒤로 보이는 개선문.

클레베르 가로 들어와 한 블럭 오면 페닌슐라 파리가 있다. 전 세계에 12개만 존재하는 럭셔리 호텔 중 하나. 그 중에서도 페닌슐라 파리는 프랑스 정부가 공인하는 최상위 등급인 팔라스 등급을 받은 프리미엄 호텔로, 팔라스 등급을 받은 호텔은 파리 시내에 12곳이 존재한다고 한다.
2014년 오픈했는데, 벨 에포크 시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황금기였던 1908년 호텔 마제스틱으로 처음 문을 열었던 당시의 상태로 복원된 후 오픈했다고 한다.

호텔의 명판을 지나쳐 로비로 들어간다.

댄싱 리브스라고 하는 화려한 유리 공예가 설치되어 있던 로비. 약 800개의 수제 크리스탈 잎사귀들이 천장에 매달려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호텔이 위치한 클레베르 거리의 가로수 잎들이 바람에 날려 로비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된 것이라고 한다. 아름답게 휘날리는듯한 장식이 눈을 사로잡는다.

호텔의 루프탑에 위치한 루아조 블랑. 로비에서 루아조 블랑을 왔다고 하니 벨보이가 엘리베이터로 안내해 주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루프탑으로 이동하면 바로 루아조 블랑으로 이어진다.

모서리에 난 창가로 에펠탑이 정면에 바라다보이는 뷰가 굉장히 유니크하다.

루아조 블랑은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나섰다가 실종된 프랑스의 복엽기를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인데, 이름만큼이나 그 당시의 비행기 엔진이라거나 부품, 사진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당시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호텔 사업에 성공했던 레이먼드 오르테라는 사람은 파리-뉴욕을 최초로 무착륙 비행하는 자에게 2만 5천달러, 지금으로 치면 10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걸었다. 많은 도전자가 이 루트를 도전했는데, 루아조 블랑에 탑승했던 프랑스의 샤를 낭주세와 프랑수아 콜리도 그들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성공을 예견했으나 프랑스에서 출발한 그들의 비행기는 뉴욕에 도착하지 못한 채 실종되었고, 그들의 도전 12일 후 알려진 대로 찰스 린드버그라는 미국인이 이 도전에 성공하면서 당시 항공 강국이었던 프랑스는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역사에서 잊혀진 루아조 블랑과 화려했던 당시의 프랑스를 기억하게 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 세팅되는 접시. 컨셉에 맞게 하늘과 구름, 비행기가 그려져 있던 접시였다.
오늘 주문한 것은 런치 시간에만 제공되는 6코스 테이스팅 메뉴로 당시 가격은 265유로였다.

가장 먼저 작은 그릇에 가득 담은 버터와 식전빵으로 캄파뉴가 제공된다.

그리고 나온 어뮤즈 부쉬들. 작고 아기자기한 카나페가 3종류 있다.

그리고 레몬향을 입힌 브리오슈.

먼저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입맛을 돋구어주기 위한 화이트 크림치즈 폼 위에 소르베와 씨 아스파라거스-한국어로는 함초라고 하는-를 올린 메뉴가 나왔다. 보통 소르베는 메뉴 중간에서 입안을 리프레시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처음부터 소르베가 나온 건 특이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요리가 서빙되는 접시는 대부분 베르나르도의 접시였는데, 물방울 모양의 장식이 정말 아름다웠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려고 보니 가격이 정말 아름다운데다가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 아직도 못 사고 있는 접시다.

코스의 첫 번째 메뉴였던 블루 랍스터. 달고 부드러운 블루 랍스터 살에 짭짤한 생선 알 크림(타라마)과 고소한 견과류 풍미(프랄린) 소스가 더해져 정말 풍부한 맛이 났다.

두번째 메뉴는 Braised garden tomato. 감베로 새우에 프랑스식 해물 스튜인 부야베스 소스를 차갑게 굳혀 곁들이고 화이트 라즈베리와 샤프란으로 향을 더한 메뉴. 부야베스를 저런식으로 먹는건 참 신기했다.

Red mullet이라고 하는 노랑촉수 구이. 살이 단단하고 풍미가 진한 생선이라고 한다. 석류와 생선 농축 소스, 그리고 어란(보타르가)가 곁들여져서 바다 느낌과 함께 크리스피하게 구워진 생선이 맛있었던 디쉬.

비둘기 요리. 역시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요리다. 구운 피망과 아티쵸크, 트러플과 피살라디에르라고 하는 프랑스식 양파 타르트를 곁들여 낸 메뉴. 비둘기의 가슴살 스테이크와 다리튀김이 함께 나왔다. 비둘기 가슴살은 붉은색인 만큼 풍미가 꽤 진하고 야생의 느낌이 나서 생소했는데, 프랑스 요리에서는 이런 비둘기의 피 맛을 고급스러운 풍미라고 여긴다고 한다.

아몬드 기반의 오르쟈 폼과 아몬드, 딱총나무 열매즙을 추출한 엘더베리 워터,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더한 프리 디저트 요리. 살짝 쌉싸름하고 플라워리한 향이 입안을 마무리해 주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디저트였던 타히티 바닐라. 굉장히 풍미가 강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는데 타히티 바닐라라는 바닐라는 보통의 바닐라보다 훨씬 플로럴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강한 바닐라라고 한다. 이런 바닐라를 아이스크림과 소스의 형태로 나누어 내고, 담배잎을 설탕결정화해서 감싼 요리였다. 사실 이런 맛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꽤 세련된 마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메뉴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루아조 블랑의 시그니쳐 디저트라고 한다.

루아조 블랑 비행기의 명판. 고급스러운 호텔에 재치를 더하는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파리의 두 번째 미슐랭을 경험했는데, 고급 음식의 세계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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