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밤도 길게 자지 못하고 일찍 일어났다. 씻고 나왔는데도 여섯시 반이다. 어제는 남쪽으로 갔으니 오늘은 북쪽으로 향해 본다.

북쪽을 향해 걷다 보니 그레이트 포틀랜드 스트리트역에 도착했다.

역을 지나자 길게 휘어지는 건물이 나타난다. 1822년에 지어진 파크 크레센트인데, 원래는 완전한 원형 광장으로 계획했다가 절반만 짓고 끝나 지금의 반원이 되었다. 마주 보는 반쪽에는 대신 네모난 광장이 들어서 있다.

리젠트 파크 안으로 들어와 본다.
리젠트 파크는 원래 헨리 8세가 사냥터로 삼았던 곳으로 당시의 이름은 메릴번 파크였다. 1538년에 수도원 해산이 이루어지면서 수녀원에서 빼앗아 사슴 사냥터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계속 왕실의 땅이긴 했지만, 사냥터로 쓴 기간은 짧았고 이후 백오십 년 정도는 귀족에게 빌려주어 농지로 사용되었다. 1811년에 임대가 끝나면서 다시 왕실의 관리하에 들어왔고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는데, 이 안에 50채가 넘는 빌라와 왕세자의 여름 궁전까지 지어질 예정이었던 계획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빌라 여덟 채만 지어지고 궁전은 끝내 세워지지 않았다.
덕분에 서울 올림픽공원보다 조금 큰 넓이인 166헥타르가 공원으로 남게 되었다.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1835년이었는데, 처음에는 일주일에 이틀만 공개되다가 1930년대 퀸 메리 가든이 만들어지면서 상시 개방되게 되었다.

여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재미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런던에만 여우가 만 마리쯤 산다고 하는데, 사람이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여우의 행동 권역이 줄어들고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게 되어 여우에게 해가 된다고 한다.

걷다 보니 겹벚꽃이 몇 군데 피어 있었다. 품종은 칸잔(関山)인 듯 한데, 1913년에 일본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품종으로 지금은 런던의 거리와 공원 어디에나 심겨져 있어 영국에서 가장 흔한 벚나무가 되었다. 벚꽃 중에서는 늦게 피는 편이라 4월 중순은 지나야 만개한다. 한 달 전에 일본에 벚꽃을 보러 여행을 갔었는데, 늦게 피는 품종 덕분에 런던에서도 벚꽃을 볼 수 있었다.

브로드 워크를 따라 내려오면 애비뉴 가든이다. 이탈리아식으로 꾸며진 곳으로, 항아리와 층층이 쌓은 분수를 길을 따라 조성한 정원이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돌항아리. 굽이 달린 넓은 접시 모양이라 타차라고 부르는데, 이런 모습의 분수를 정원의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좁은 길 양옆으로 키 큰 나무를 세우고 울타리를 다듬어 대칭미를 보여준다. 끝에는 위에서 본 항아리 모양 분수가 또 있었다.

금빛 문이 나타난다. 1935년 조지 5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세운 주빌리 게이트로 이 문을 지나면 이너 서클 안쪽의 퀸 메리 가든이다.

나무다리의 안쪽은 The Japanese Garden Island라고 하는 일본식으로 꾸민 섬인데, 연못과 파낸 흙으로 쌓은 언덕까지 1850년대에 왕립 식물학회가 만들어 둔 것이다. 퀸 메리 가든이 생기기 80년 전에 조성한 것으로 공원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이고,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 다리뿐이다.

섬 안쪽에는 폭포가 있다. 바위로 계단을 만들어 그 틈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게 해 두었다.

이너 서클을 가로지르는 넓은 길 양쪽에 벤치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너 서클 안은 좀 더 반듯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런던에서 가장 큰 장미 정원이라 5월부터 7월까지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난다고 한다.

길 끝의 트라이튼 분수. 소라고둥을 부는 트라이튼과 두 요정을 청동으로 조각한 것이다.

흰 벚나무가 한창인 잔디밭을 지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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