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 3. 대관식을 준비하는 런던의 아침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다섯시쯤 일어났다. 4월 말의 런던은 여섯시가 되기 전에 해가 뜨고 밤 여덟시가 넘어야 해가 져서 여섯시쯤 나왔는데도 이미 바깥이 밝았다.

토트넘 코트 로드역에서 노던 라인 남행을 탄다.

세 정거장 가서 엠뱅크먼트역에서 내려 디스트릭트 라인으로 환승.

튜브보다 훨씬 넓찍한 디스트릭트 라인을 타고 또 조금 가 본다.

웨스트민스터역에 내려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 본다. 아직 돌아가지 않는 런던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템즈강은 꽤 건널만한 강폭이라 걸어서 건너는데 부담이 없다.

아직 일곱시가 되지 않은 시각, 아침해를 정면으로 받은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빅벤. 시계탑은 2017년부터 5년에 걸쳐 8천만 파운드짜리 보수를 받았는데, 저번 여행에서는 시계탑 겉은 보였지만 아직 종은 치지 않는 상태였다.

강 건너편으로 완전히 건너가서 한 컷 더 담아본다.

벽에 늘어선 붉은 하트는 코로나 추모 벽이다. 2021년 3월에 유족들이 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25만 개를 넘겨 500미터 넘게 이어져 있다. 그 벽을 배경으로 어떤 커플이 웨딩 포토를 찍고 있었다.

7시가 되니 종이 친다. 먼저 종탑의 작은 종 네 개가 학교에서 듣던 종을 치고, 이후에 큰 종으로 일곱 번의 타종을 한다. 앞에 붙는 곡조는 흔히 웨스트민스터 차임즈(Westminster Chimes)라고 하는데, 1793년에 케임브리지 대학 교회의 새 시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을 60년쯤 뒤에 이 시계를 만들면서 가져다 쓴 것이라 케임브리지 콰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웨스트민스터 건너편의 워털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채링 크로스역에 도착. 지상으로 올라오면 트라팔가 광장이 있는데, 가운데 기둥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사한 넬슨을 기려 세운 것으로 51미터가 넘는 기념탑이다.

광장 남쪽 끝의 찰스 1세 기마상. 프랑스 조각가 위베르 르 쇠르가 찰스 1세 생전인 1633년 무렵에 조각한 것으로, 런던에 남은 가장 오래된 청동상이다. 영국의 도로 표지판에 적히는 런던까지의 거리는 전부 이 동상이 서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잰다고 한다.

이대로 애드미럴티 아치를 지나 버킹엄궁 쪽으로 걷는다. 대관식 자체는 보지 못하고 떠나지만 이번 세기 처음 열리는 대관식을 준비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가기 위해 가 본다. 아치 양옆으로는 여전히 공사 가벽이 둘러쳐져 있는데, 저번 여행에서 2023년에 월도프 아스토리아로 문을 연다고 했던 그 공사를 아직도 하고 있다. 그 뒤로도 계속 밀려서 지금은 2026년 가을 오픈 예정이라고 한다.

더 몰. 대관식을 열흘 남짓 앞두고 가로등마다 4월 19일부터 게양되기 시작한 유니언 잭이 걸려 있다. 길 끝에 빅토리아 기념비와 버킹엄궁이 보인다.

주인 없는 버킹엄궁과 광장의 모습. 대관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영국에서 대관식이 열리는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이후 70년 만이니 세기의 대관식이라 할 만 하다.

궁의 정면. 철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린 파크를 가로질러 그린 파크역 쪽으로 돌아간다. 저번 여행에서 버킹엄 궁전 교대식을 보러 갔던 루트를 정확히 되돌아왔다.

애프터눈 티를 즐겼던 리츠. 유럽은 이렇게 아케이드가 인도까지 뻗어나와 있어서 덥거나 비가 올 때 걷기 편하다는 느낌이 있다. 이쪽은 아예 파리 리볼리 거리의 아케이드를 본떠 지은 것이라고 한다.

벨보이들이 카페트를 세팅하고 있는 모습. 아침마다 갈아주는 것 같다.

이른 아침의 피카딜리 가의 모습.

잠깐 들여다본 영국왕립미술원의 안뜰. 1768년에 예술가들이 조지 3세에게 청원해 세운 단체로, 이름에 왕실이 붙어 있어도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이 직접 운영해 온 자율적인 미술 아카데미라고 한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포트넘 앤 메이슨까지 보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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