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여행 - 19. 긴자 큐베에(銀座 久兵衛)

아타미역에 돌아왔는데, 예정보다 좀 늦어 버렸다. 이미 오도리코 막차는 떠났고, 퇴근 시간의 도카이도 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40분만에 도쿄에 데려다주는 도카이도 신칸센이 있습니다.

패스가 있지만 생돈을 내고 타는 신칸센... 자리도 없어서 가운데 자리인 D석이다. 자유석도 거의 만석일 것 같아 굳이 지정석을 끊었다.

편하고 빠르게 도쿄역에 도착했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역명판. 목적지가 신바시라 시나가와에서 내려도 되었지만 굳이 편안하게 도쿄역까지 와 보았다.

우에노토쿄라인을 타고 신바시로. 죠반선 직통 계열은 모두 시나가와행이라 짧지만 퇴근 러시시간에도 앉아올 수 있다.

신바시역을 나와 긴자로 가 본다.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가 늘어서 있는 긴자의 골목. 여기서 조금 들어가면 오늘의 목적지가 있다.

오늘은 긴자의 스시야 큐베에에 와 보았다.

긴자 큐베에는 1935년 창업한 에도마에 스시의 명가다. 초대 창업자인 이마다 이사하루(今田壽治)씨가 군함마키를 최초로 고안한 곳으로, 우니나 이쿠라를 김으로 감싸 올리는 형태를 처음 선보인 곳이다. 당시에는 '게테모노(下手物)'라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스시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스시의 형태가 되었다. 201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일본 방문 시 아베 전 총리와 점심 오찬을 함께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마카세지만 앞에 들어가기 전에 가격표도 볼 수 있었다. 워크인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이때는 저녁에도 11,000엔의 카라츠 코스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저녁 니기리는 큐베에 코스만 가능하다. 영어로는 Kyubey라고 되어있는데, 원문 한자는 キュベエ라고 읽는 것이라 표기는 '큐베에'가 맞을듯.

열심히 왔더니 좀 더워서, 맥주로 시작. 이타마에상이 한국어도 조금 해 주셔서, 즐겁게 코스를 즐길 수 있었다.

사키즈케로 시라스(멸치)가 나왔다.

무채와 미역의 간장 소스. 산뜻한 맛이었다.

츄토로 스시로 시작한다. 부드럽고 기름진 맛. 가을부터는 참치에 지방이 오르므로, 오마카세 첫 피스로 입맛을 돋구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토로를 첫 피스로 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일본에서는 종종 있는 것 같다.

도미.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생선이다.

이카 시오아지. 스미이카(갑오징어)에 소금간을 한 것으로 상당히 두껍게 썰었는데도 부드러웠다.

아카미 쇼유 즈케. 겉면 타다키가 신선했던 네타다. 불향과 간장의 감칠맛이 조화로웠다.

러시아산 우니. 아주 탱글탱글하고 맛있었다. 옆에는 안주로 나온 뼈 튀김을 함께 주셨다.

큐베에에서 시작한 우니 쿤칸마끼다 보니 아주 상징적인 피스라고 할 수 있을듯.

이쯤에서 큐베에의 오리지널 니혼슈 야마도리를 곁들인다. 물처럼 마실 수 있는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스시 네타의 맛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코스 내내 좋은 맛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이와시(정어리)도 아주 맛있었다. 10월의 이와시는 아키노 이와시라 하여 지방이 최고조에 오르는 시기로, 등푸른 생선을 좋아하는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맛이다.

조개.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는 물건이다.

그리고 잠깐의 쇼타임. 살아있는 쿠루마에비를 한 번 보여주신 뒤 뒷주방에서 해체해 스시로 만들어주신다.

사후경직이 일어나는 이 때가 맛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주시는 곳이 상당히 많은 걸 보면 에도마에 스시의 상징적인 네타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호타테(가리비).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 이것도 가을~겨울이 제철인 네타.

그리고 매우 기름졌던 오토로. 이것도 역시 입에서 녹아 사라져 버렸다.

녹아서 사라져버린 아마에비. 두 피스였지만 하나하나의 볼륨감이 커서 입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주는 사이즈였다.

가츠오 스시. 가츠오부시를 만드는 원료인 가츠오의 스시인데, 감칠맛이 참 좋았다. 10월의 가츠오는 모도리가츠오(戻り鰹)라고 하여 북방의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남하하여 지방이 올라 농후한 맛을 낸다. 한국에서는 잘 안 보이는 네타라서 먹어볼 수 있어 좋았다.

잠깐 쉬어가는 타임. 츠마미로 가지가 나왔는데 식감이 참 좋았다.

토로의 아부리. 기름진 맛을 강조한 피스. 저는 안 구운걸 좋아합니다.

슬슬 마지막에 접어들어 칸파치. 한국어로는 잿방어라고도 하는데 방어가 겨울 생선인 반면 칸파치는 여름에서 가을이 제철이다. 아마 겨울에는 방어로 대체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아나고. 마지막은 역시 아나고라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잘 구워져 있었다.

후식으로 말아주신 무 샌드위치. 무와 시소의 조합인데 향이 참 좋았다.

조금 더 청했던 마끼, 다꾸앙과 네기토로, 오이의 조합으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코스의 구성이나 상징들이 이것저것 들어가 있어 참 재미있는 코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만엔밖에 안 한다니 정말 혜자다.

긴자 8초메에 자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신바시역이 제일 가깝다.

즐기고 나오니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서 완전히 밤이 되었다. 화려한 긴자의 야경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시메로 이자카야를 가기로 했다.

돌아다니다 본 사카야에 쌓여 있던 야마자키 12년. 옆에는 하쿠슈와 히비키도 잔뜩 늘어서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2차로 갔던 토리키조쿠. 전 메뉴 균일가의 야키토리 체인으로 한창 몰릴 시간이라 거의 만석이었지만 잠깐 기다려 자리를 잡았다. 여기도 인플레의 영향을 받아 코로나 전보다는 가격이 올라 있었다.

즐겁게 회포를 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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