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에서 준비를 하고, 호텔의 아트 투어를 위해 나가 본다. 밤사이 눈이 더 왔는지 눈이 늘어 있다.

방안에 있던 소나무 분재로 방 사진은 마무리.

호텔에는 예술 작품과 공간을 함께 둘러보는 아트 투어가 마련되어 있다. 사전 예약제로 체크인 후 예약해서 오늘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투어는 이곳 호텔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둘만을 위한 프라이빗 투어였는데, 리츠칼튼 교토의 시그니처 같은 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 주신 뒤,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다.

호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모티브는 「엔」. 일본어로 동그라미를 엔(円)이라 부르는데, 인연을 뜻하는 엔(縁)과 발음이 같아 '호텔과 손님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이라는 마음을 담아 호텔 곳곳에 동그라미 무늬가 반복된다고 한다. 오른쪽 벽의 무늬라거나, 객실 문이라거나, 침대의 헤드보드라거나, 지하2층의 바닥도 그런 무늬로 되어 있다고 한다.

투어의 로비 부근의 큰 분재. 호텔에서 가장 큰 것으로, 살아있는 소나무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로비 안에 있으면 빛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3주에 한 번씩 다른 소나무로 통째로 교체한다고 한다. 창문 너머로는 단풍나무가 식재되어 있어서,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진초록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답다고.

리츠칼튼 교토의 예술 작품 중 몇 가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로맨스 소설이라는 겐지모노가타리를 테마로 하고 있다. 이 작품도 그러한데, 겐지모노가타리에 나오는 그림이 그려진 두루마리인 「두루마리 그림(絵巻物)」을 여는 악기인 비파 위에 무수한 크리스탈 구슬을 붙인 작품이다.

나와 코헤이(名和晃平)의 작품으로, 픽셀 비파(ピクセル琵琶)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사람의 작품은 굉장히 특이해서 한 번 보면 이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도 사슴 박제에 이런 식으로 크리스탈을 붙인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플래시를 켜고 촬영하면 크리스탈이 핑크빛으로 반짝이는데, 맨눈으로 봤을 때는 핑크빛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플래시의 강한 빛을 받으면 그 빛의 반사나 굴절에 의해 크리스탈이 핑크색으로 빛난다고 한다. 미술관에서는 하기 어려운 감상법을 이 자리에서만 허용한다고 한다.

이 그림은 스가와라 다케히코(菅原健彦)의 작품이다. 모티브가 된 것은 교토의 조쇼코지(常照皇寺)에 있는 천연기념물 벚나무 코코노에자쿠라(九重桜)인데, 바탕에 화선지를 깔고 그 위에 금박을 한 장씩 붙인 뒤, 큰 붓으로 단숨에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그려낸 재료도 단순한 먹이 아닌데, 먹 속에 조개 껍질을 부순 가루를 섞어 그렸다고 한다. 지그시 보고 있으면 금박 위에 벚꽃이 은은하게 반짝이는데, 조개 껍질이 그 이유인 것이다.

천장 무늬는 쿠미코라는 일본의 전통 목공예 방식으로, 못이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나무 조각을 정교하게 끼워맞춰 제작되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의 천장, 프론트 데스크 벽 등 곳곳에서 쿠미코 양식을 볼 수 있다고. 모두 수제로 만들어진다는 놀라운 기술이다. 이 쿠미코는 도야마의 타니하타(タニハタ)라는 노포에서 만든 것으로, 리츠 칼튼 교토에는 약 80점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어제 체크인했던 리셉션 라운지로 오면 천장에 우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목재 조명이 늘어져 있다. 에도 후기부터 이어져 온 교토의 유일한 교와가사(京和傘) 노포 히요시야(日吉屋)에서 오리지널로 만든 것으로, 우산의 살을 응용해 조명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금은 이 우산 조명이 히요시야 매출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뒷편의 대나무 조각은 미시마 리쓰에(三島律恵)의 「달빛(月の光)」이라는 작품이다. 베네치아와 교토에 작업실을 둔 작가로, 이 작품은 약 120개의 베네치안 유리 부품을 교토로 가져와 현장에서 직접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유리 안쪽에 은이 흘러들어 있는데, 이 은이 위쪽 조명을 반사해 스스로 빛나는 듯 보인다고. 개별 조명은 따로 없다고 하니 신기하다.
뒤편의 옅은 녹색 유리로 약간의 깊이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교토다움, 일본다움을 많이 담아낸 호텔이기 때문에 일본을 상징하는 대나무, 그리고 교토라고 하면 아라시야마라는 느낌으로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지하 1층 아트리움까지 뚫린 자리에 매달린 큰 샹들리에도 예술 작품이다. 이 파이프 형태의 조명은 앞서 나온 리셉션 라운지 위의 우산형 셰이드와 같은 히요시야의 작품인데, 이번엔 교와가사의 자루 부분에 쓰이던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위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시야가 트여 어느 층에서 보아도 존재감이 있다.

이 그림도 겐지모노가타리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오스기 신타로(大杉真太郎)의 작품으로, 언뜻 보면 예쁜 무늬 같지만 사실 이 안에 세 사람이 숨어 있다고 한다.
비단 위에 밀랍으로 그림을 그린 뒤 염색을 하면 밀랍이 묻은 부분은 색이 물들지 않는다는데, 그 방식으로 헤이안 귀족 세 사람을 그림 속에 숨겨 둔 작품이다. 왼쪽 절반에 에보시라는 모자를 쓴 남성 한 명, 오른쪽 절반 아래에 입가를 가린 긴 머리 기모노 차림의 여성 두 명. 사람들을 찾아내면 그림 전체가 헤이안 귀족의 실내 풍경으로 다시 보이면서 방을 나누는 미스(御簾)라는 발이나 방 아래쪽 구조까지 점차 드러난다고 한다.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리셉션 라운지의 대나무 벽면 작품의 제작자인 미시마 리쓰에의 다른 작품 「해파리(海月)2013」. 베네치안 유리 병에 해파리들이 뽀글뽀글 붙어 있는 듯한 형상이다.
자세히 보면 안쪽에 금색 입자가 들어 있는데, 카모가와에서 채취한 모래와 금박이라고 한다. 호텔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데, 열어보면 무언가가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고 있다고.

이 모래 정원의 무늬는 스즈키라는 정원사가 매일 아침 손수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뒤로 물러나며 작업하는데, 먼저 세로 선을 긋고 대나무가 있는 곳까지 그리면 석등 근처로 살짝 점프해 동그라미를 그린 후, 동그라미를 마치면 다시 대나무 쪽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가로 선을 그어 마무리한다고. 이 선들은 물의 흐름을 추상화한 일본 전통 정원 양식인 가레산스이 양식이라고 한다.
가운데의 석등은 아래쪽에 사람 형태가 조각되어 있는데,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상이라고 한다. 에도 시대에 기독교가 금지되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저 부분을 흙으로 덮어서 평범한 석등으로 위장해 두었다가 기도할 때만 흙을 치워서 마리아님이 보이게 한 뒤 기도를 했다고 해서, 크리스천 석등(キリシタン灯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정원은 지하에 있는 것 치고 위로 완전히 뚫려 있어서 개방감이 참 좋은데, 호텔 안의 여러 정원을 볼 수도 있고 이렇게 햇빛이 들어오기도 하는 구조이다.
맨 위 안쪽에 소나무가 있고, 그 앞쪽에 매화나무가 있고, 이 정원에 대나무가 있어서 송죽매(松竹梅)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경사스럽다고 여겨지는 세 가지 상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감사한 정원이라고.

정원의 사방에 같은 시리즈의 작품 네 점이 배치되어 있다. 히로카와 타에(広川タエ)의 「교토의 혁신」이라는 시리즈로, 네 점을 모두 합치면 하나의 주제가 된다고 한다.
각 작품에는 성(城),투(闘),수(粋),숨(息) 중 하나의 키워드가 부여되어 있는데, 어느 작품이 어느 키워드인지는 비공개라고. 관람하는 사람이 직접 추측하며 감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시리즈의 또 다른 한 점.

어느 키워드일지 짐작해 보며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마지막 한 점. 네 작품을 모두 보며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옆쪽에 있던 에비스가와 저택(夷川邸)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잠깐 구경했던 곳인데, 1908년에 후지타 덴자부로(藤田伝三郎)라는 남작의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을, 원래 도로변에 있던 것을 복원·이축해 호텔 안으로 옮긴 자리라고 한다. 지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개별 룸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 방은 고텐노마(御殿の間)로, 최대 8인용 대형 좌석의 개별 룸이다. 위에 걸린 엔을 상징하는 원형 조명은 저택의 굉장히 높은 천장을 활용해서 조명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명의 높이를 조절하기 위한 문은 안쪽 문이 위로 들어 올려지는 닌자 문 구조로 되어 있어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위로 올라가면 방 중앙에 높이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들어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들어갈 일이 없지만, 지어졌을 당시에는 수동으로 조절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옆방은 6인용의 치도리(千鳥). 이 공간에 앉아볼 수도 있고 이 자리에서 기념사진도 찍어서 체크아웃할때 인화하여 손편지와 함께 가져다 주셨다.
일본의 오모테나시에 또 감동하고 말았다.

가운데의 접시처럼 보이는 작품은 노구치 마리(野口真里)의 아야츠즈리(綾綴り)라고 한다. 에비스가와 저택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한 점씩 놓여 있는데, 중앙의 움푹 파인 부분에 실제로 꽃을 꽂아 화기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꽂는 꽃의 색깔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바뀐다고 한다.

이 그림은 하테나이세카이(果てない世界)라는 작품으로, 맨 위부터 하늘, 태양, 수평선, 바다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마침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놓여 있어 시간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데, 아침에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 저녁에는 석양이 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스듬히 보는 것을 안내해 주시는 분이 특히 좋아하신다고 한다.

투어를 안내해 주시는 분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한참 머무른 자리. 이 그림의 제목은 Moon인데, 부제로 Echo가 붙어 있다.
흰 종이 위에 흰 액체로 그린 뒤 크리스털 가루를 뿌려 반짝임을 낸 것인데, 이 흰 액체의 정체가 흔히 화이트라고 부르는 수정액이라고 한다. 그림의 모티브는 멸종 위기종 꽃들. 점점 사라져 가는 존재를 글씨를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로 그렸다는 점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부제 Echo는 밤이 되어 해가 지면 뒤편 창문에 이 작품이 반사되어 달이 뜬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이 자리에 있어야만 성립하는 작품인 것이다.

지하 2층으로 내려왔다. 바닥에 엔 모양의 무늬가 있는 카펫이 깔려 있는데, 이게 처음에 들었던 '인연'과 '원형'의 엔을 보여준다.

이번엔 벽면. 이 직물은 교토의 전통 직조 기술인 니시진오리(西陣織)로 짠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오비(帯)라고 하는 기모노 허리에 두르는 띠를 짜던 기술인데, 좁은 폭밖에 짜지 못하던 직기의 한계를 넘어 세계 최초로 대형 직기를 도입한 것이 이 직물을 만든 호소오(細尾)라는 15대째 이어지는 노포다. 그 덕분에 인테리어용 직물을 짤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크리스챤 디올이나 샤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에도 이 노포의 직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스파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휴식 공간인 포이어의 천장에는 교토 전통 우산인 교와가사(京和傘)의 종이 부분에 쓰이던 무늬가 쓰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예쁜 무늬가 있는 나무인데, 옛 사람들이 우산을 만들 때 사용했던 종이의 문양으로 옛날에는 이런 목판에 잉크를 바르고 종이를 눌러 찍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모두 수제작으로 조각했었지만, 지금은 정교한 무늬를 만들 수 있도록 레이저 커팅으로 제작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고 하는데, 호텔을 디자인한 피터 레메디오스라는 분이 이 무늬를 굉장히 좋아해서 이 목판을 처음에는 객실 134개 전부에 넣고 싶어 했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이 천장 일부와 몇몇 객실에만 적용되었다고 한다.

스파로 향하는 길. 바닥 카펫의 엔 무늬가 돋보이는 회랑이다.

스파 쪽에 걸려 있는 기포라는 작품. 클로버 그림 위에 수조를 놓고 탄산수를 넣은 후 기포와 그림을 같이 찍은 사진이다.
이 작품을 보고 원래는 수영장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사용 중인 사람이 있어 직접 보지는 못하고 자료로만 안내를 받았다. 수영장 벽면에 자리한 것은 군쇼우의 이즈미(群青の泉)라는 대형 모자이크 아트. 세로 5m·가로 20m 크기에 무수한 타일을 조합해 동굴의 푸른 깊이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전면 유리창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면 반짝이고, 밤에는 수영장 조명으로 라이트업되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고 하는데, 여행 계획을 할 때는 수영장이 리노베이션 중이라는 불확실한 정보도 있고 짐도 무거워질 것 같아 수영복을 챙기지 않았는데 아쉬웠다.

아트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로는 숨겨진 글자 2013(秘め事の文字 2013)이라는 작품.
이 안에 몇 가지 알파벳과 숫자가 숨겨져 있는데, 언뜻 보면 불규칙하게 그어진 선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THE RITZ-CARLTON, KYOTO, JAPAN과 개업일을 나타내는 글자들이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나면 호텔 곳곳이 미술관처럼 다시 보인다. 지나쳤을 무늬, 조명, 벽 하나하나가 모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가지고 배치되어 있었던 리츠 칼튼 교토. 럭셔리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자 호텔이자 미술관이었던 리츠 칼튼에서 숙박한 경험 자체를 업그레이드시켜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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