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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의 꽃

루스티 2013. 4. 4. 02:51

비 온 뒤 화장하게 개어 절로 사진을 찍고싶은 마음이 들기에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벚꽃인줄 알았던 살구꽃! 식물학 듣는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벚꽃인줄 알 뻔 했었던.



살구꽃이라는건 잘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런 느낌이구나- 하네요. 

살구나무라. 은은한 꽃 향기에 매혹되어 한참동안 보면서도 시간 가는줄 몰랐네요.


길가에 있는 꽃을 보고 향기를 맡아본게 얼마만일까?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꽃이라는 걸 관찰해본 거 같아요.

빠르게 지나치면 알 수 없는 그런, 은은한 향기.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묻어나오는.



비가 온 뒤에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하늘과

봄을 알리는 살구꽃.



잎사귀도 나지 않은 갸날픈 가지에 매달려 있는 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자연의 놀라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원리는 알고 있지만, 이성과 감성이 서로를 확인하는 놀라움이랄까...



목련이 흐드러졌습니다. 목련은 벌써부터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져가네요.



숨막히는 뒷태



아마 매화...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활짝 피었습니다. 

진한 분홍색이 작고 귀여운 소녀적인 감성을 내뿜는게... 매력있네요.



이건 아마도 산수유. 핀이 완전히 나가버렸네요 ㅠㅠ

아주 작은 꽃입니다. 남자에게 좋다죠.

이런 작은 녀석에게 있을건 다 있다는것도 신기하고...

물론 모든걸 갖추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꽃'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요.



다시 목련. 찍을때는 몰랐는데 찍고나서 보니 보면 볼수록 목련책의 그 목련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하얀 순백색의 꽃에서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함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건 산목련이라고 하는, 또 다른 목련이라고 하더군요. 종의 분화같은건 아무래도 좋지만, 이런 모습도 나름 이쁘네요.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노오랗게 물든 세상... 자연인이 되어가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제비꽃!

돌 위에 작게 피어 있어서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지나쳤을텐데.

정말 아름다운 색감을 가진 꽃이네요.

연보라색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것도 같은 제비꽃. 좀더 보랏빛이 강하네요. 소나기에서 소녀의 옷에 묻은, 황순원 작가가 좋아한다는 그 보랏빛...

보랏빛은 뭐랄까. 자연에서나 일상에서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매일 서울 5호선을 타고 출퇴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자꾸 눈이 가게 되는건 저만 그런걸까요?



다른곳으로 옮겨서, 다시 개나리입니다.

개나리는 뭐랄까. 초라해보이면서도 풍성하고, 다 벗은 것 같으면서도 화려하게 입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싫증나지 않는 아름다움입니다.



태양을 등지고 찍은 개나리... 노오란 꽃이 피었습니다.



흰백색의 매화입니다. 기개랄까... 아름답네요. 겹겹이 피어난 꽃잎이 아름답습니다.

두 시간을 걸었는데 많이 건지진 못했습니다. 체력도 달리고 의지도 부족하고 삼각대가 자꾸 생각나 괴로웠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답답한 일상을 떠나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아서 기쁘네요. 이런걸 두고 힐링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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